[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주말이면 화원 찾아 집안 꾸미고
친지들에 선물하고 SNS도 올려 
“일주일 내내 꽃향기 가득, 좋아”  

경기도 의정부시에 거주하는 주부 선문희(41) 씨는 주말이면 찾는 필수 코스가 있다. 코로나19로 마음 편하게 여행도 못 하는 날이 길어지면서, 남편과 아들을 데리고 인근 화원을 찾는 게 소소한 주말의 즐거움으로 자리 잡았다. 자연스레 인근 화원에서 구매한 꽃으로 집안을 꾸미고 친지들에게 선물하며 그동안 몰랐던 재미도 생겨났다. 처음에는 시큰둥하게 따라오던 남편도 이제는 앞장서 꽃을 고를 정도가 됐고, 6살 된 아들은 꽃 모양만 보고 꽃 이름을 말할 정도로 꽃과 친해졌다. 
4월의 마지막 주말이었던 지난달 24일도 그런 하루였다. 여느 때처럼 가족들과 꽃을 산 선문희 씨는 아들 오영찬 군과 거실 탁자에 앉았다. 너무 크지 않으면서도 깨지지 않을 화병을 장만, 서로에게 선물했다. 남편이 촬영한 아들과 꽃을 나눠 갖고 꾸미는 모습은 SNS에 올려 지인들과 소통했다. 
선문희 씨는 “가족들과 함께 화원을 찾아 꽃을 보고 사는 일이 일상의 행복이 됐다. 일주일 내내 집안에 꽃향기가 나는 것이 너무 좋다”며 “남편과 아들도 꽃을 보면 표정이 밝아진다”고 전했다. 
 

선 씨 가정처럼 행사용으로 주로 쓰이는 대한민국의 꽃 문화를 가정 등 일상으로 확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화훼업계에선 일상에서 즐기는 꽃 문화로 꽃 소비가 늘어나면 화훼농가 등 화훼산업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 화훼업계를 넘어 국민 모두에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올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2019 화훼재배 현황’에 따르면 대한민국 화훼산업 규모는 갈수록 축소되고 있다. 2016년 3만2127ha에 7837호였던 화훼 재배면적과 농가 규모는 2019년 현재 2만2232ha, 6824호로 줄었다. 2005년 2만870원까지 나왔던 연중 화훼류 1인당 소비 금액도 계속해서 줄어들어 2019년엔 1만1616원까지 급감했다. 더욱이 지난해 초부터 확산된 코로나19로 인해 졸업식과 결혼식 등 행사가 대거 축소되거나 취소되면서 꽃 소비가 급감, 화훼산업이 큰 위기에 처해있다. 

화훼산업 규모가 축소되고 있는 가운데 일상에서의 꽃 문화 확산은 위축된 화훼시장에 단비가 될 수 있다. 또한 일상에서의 꽃 문화 확산이 화훼업계에 숨통을 트이게 할 수 있다면 일상생활 속 시민들에겐 ‘긍정의 에너지’를 심어줄 수 있다. 특히 팬데믹 속 가정에서의 생활이 길어지고 지친 일상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꽃’이 관계를 복원하고 일상을 치유하는 소중한 도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일상에서 꽃을 소비하고 즐기는 문화를 단기간에 만들기란 쉽지 않은 일. 말 그대로 ‘문화’이기에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꽃 문화가 녹아들 수 있게 해야 하는 것이다. 이에 정부와 생산자단체에선 행사 위주인 ‘대한민국 꽃 문화’를 가정 등 일상에서 즐기는 꽃 문화로 승화시켜나가기 위한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고, 이 속에 여러 과제도 도출돼 있다. 
 

코로나 탓 행사 잇단 취소로 소비 급감 화훼업계엔 ‘단비’

농식품부가 올 초 내놓은 화훼소비 확대 방안엔 온·오프라인 판촉지원과 일상 속 꽃 소비 확보가 주력 대책으로 제시됐다. 포털사이트 배너 광고, 방송, SNS 등을 활용해 일상생활 속 꽃 소비문화 확산 유도와 함께 꽃이 지닌 다채로운 순기능도 홍보해나가고 있다. 특히 특수학교 등 기관·단체를 중심으로 원예치유 프로그램을 확대하며 꽃의 공익적 기능을 부각시키고 있다. 조만간 나올 화훼 관련 종합대책도 이쪽에 방점을 찍을 것으로 보인다. 

최상만 농식품부 원예경영과 사무관은 “연초에 계획을 세워 일상에서의 다양한 화훼 소비 확산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연초 계획에서 원예치유 프로그램과 관련한 내용을 보강, 특수학교 등에 원예치유 프로그램을 중점적으로 유도하고 있다”며 “‘화훼산업 발전 및 화훼문화 진흥에 관한 법률’ 시행 1년에 맞춰 조만간 나올 화훼 관련 종합대책에도 국민들이 일상에서 꽃을 즐기고 활용할 수 있는 여러 방안들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화훼 특판 직거래장터’, ‘꽃을 사랑하는 국회의원 위촉’, ‘수입꽃 대응’ 등 다양한 사업을 통해 수급 조절과 시장 가격 안정, 꽃 문화 확산을 중점 추진하고 있는 (사)한국화훼자조금협의회도 생산자들과 함께 고품위 꽃 생산에 주력하며, 일상 속 꽃 생활화를 위한 여러 제언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윤식 한국화훼자조금협의회장은 “우리 농가는 고품질 꽃을 생산해 시장에 출하하는 걸 가장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보고 고품질 재배에 주력하고 있다”며 “여기에 생산자와 유통인이 모두 상생하는 새로운 유통 시스템이 구축돼야 하고, 이에 맞춰 좋은 꽃을 적정한 가격에 언제 어디서든 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꽃 소비의 최일선에 있는 화원업계에서도 농가와 화원 연합체 간 직거래를 통한 적정 소비가 마련 등 일상 속 꽃 소비 확산을 유도하고 있다. 

이영록 한국화원협동조합연합회장은 “꽃은 가꾸기, 꽃말 등 꽃에 대한 정보를 소비자에게 알리는 것이 무척 중요하기에 이 역할을 할 수 있는 꽃집이 일상에서의 꽃 소비 확산을 위한 선두에 서야 한다”며 “화원업계에선 4년 전 화원협동조합연합회를 만들어 농가와 직거래를 추진, 농가와 화원이 적정 이윤을 받으면서 시민들도 안정적인 가격에 편하게 꽃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한 번 구매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재구매가 이뤄져야 꽃 문화도 자리 잡을 수 있기에, 그 역할을 하는 데 화원업계도 앞장서 나가겠다”고 말했다. 

기사출처: http://www.agrinet.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07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