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지면적이 작고 산림 등이 많아 농업여건이 불리한 지자체는 농업 육성에 사활을 걸고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지자체는 재정이 넉넉함에도 불구하고 농업에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재정자립도가 낮지만 농업을 육성하겠다는 의지가 강해 농업분야에 많은 예산을 투입하는 지자체도 적지 않았다. 결국 자유무역협정(FTA) 등 개방화 시대를 맞아 농업·농촌이 위기를 맞고 있는 현시점에서 지자체 및 시장·군수들의 농업 육성에 대한 강한 의지가 요구되고 있는 대목이다.

◆지자체별 농림예산 큰 차이

이번 연구에서 조사대상 134개 시·군의 경지면적당 농림예산 규모는 천차만별이었다. 1㏊당 농림예산이 경남 통영시 1,460만원, 강원 삼척시 1,150만원, 경남 의령군 1,120만원 등 7개 시·군은 1,000만원이 넘은 반면, 경기·충남지역 등의 9개 시·군은 300만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예산이 가장 많은 지역과 적은 지역의 차이가 5.8배에 달했고, 상위 20개 시·군의 농림예산은 하위 20개의 3.3배였다.

농림예산 상·하위 지자체의 가장 큰 특징은, 상위그룹은 경지면적이 작고 산림 비중이 높은 반면 하위의 경우 경지면적이 크다는 것이다. 상위그룹 가운데 전체 평균 경지면적(1만1,702㏊)보다 큰 지역은 한곳도 없었으며, 하위그룹에서는 3곳을 제외하고 17개 시·군이 평균보다 컸다. 상위그룹의 경지면적은 하위의 30% 수준이었다. 반면 산림 비중은 상위가 하위보다 1.6배 많았다.

박준기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경지면적이 넓은 지역이 경지면적당 농림예산이 적은 것은 당연한 현상일 수도 있지만 직불금 등 경지면적에 비례해 책정되는 예산 등을 감안하면 그렇지만은 않다”며 “결국 조건이 불리한 지역일수록 농업 육성에 대한 의지가 강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방농정 평가를 위한 지표로 농림예산 비중을 포함시키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재정자립도 낮을수록 오히려 농림예산 많아

조사 대상인 134개 시·군의 재정자립도도 지자체마다 크게 달랐다. 가장 높은 곳은 67.1%에 이르는가 하면 8.7%에 불과한 곳도 있었다. 농경연은 이번 연구에서 재정자립도가 경지면적당 농림예산과 어떤 관계에 있는지 분석하기 위해 이들 지자체를 4개의 그룹으로 분류했다.

1그룹은 재정자립도도 높고 농림예산도 많은 지자체들(양호한 여건, 활발한 농정)이고, 2그룹은 재정자립도는 높으나 농림예산은 적은 지역들(소극적 농정 추진)이다. 3그룹은 재정자립도와 농림예산 모두 평균 이하인 곳들(재정 및 농업 여건 열악)이며, 4그룹은 재정자립도는 낮지만 농림예산이 많은 지역들(적극적 농정 추진)이었다.

4개 그룹을 대상으로 한 분석 결과, 경지면적당 농림예산 규모가 큰 시·군일수록 재정자립도가 낮고 산림 비중이 높았다. 반면 경지면적당 농림예산 규모가 작은 시·군은 대부분 재정자립도는 높으나 농정을 소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2그룹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그룹 가운데 충남·경기·경남지역 등의 일부 시·군은 농업 비중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농림예산 비중이 낮았다.

박연구위원은 “결국 농업여건이 열악하고 산림면적 비중이 높은 조건불리 시·군일수록 재정자립도가 낮음에도 불구하고 지역사회 유지 등을 위해 농업분야에 적극적으로 예산을 투입하고 있었다”며 “이는 시·군의 농정목표가 중앙정부와는 달리 지역주민 유지 및 유치를 통한 지역사회 유지에 더 많은 비중을 두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중앙정부도 시·군의 입장을 고려한 국고지원사업 발굴 및 사업 추진 체계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